`16. 12 여기는 인도네시아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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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 친한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따듯 한 겨울옷을 선물 받곤 했다. 그 친구는 항상 옷을 선물하며 “생일날 감기 안 걸리게 따듯하게 입고 다녀”라고 했었다. 내 생일은 항상 추웠었는데 이곳의 무더운 날씨 탓인지 기분 탓인지 이젠 생 일이라는 설렘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친한 친 구의 정겹던 말 한마디를 추억할 뿐이다.
마침 생일 때 중간고사라서 친구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그리워하며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 데 12시 알림이 울리자마자 바로 그 친구에게 메 시지가 왔다. “생일 축하한다. 예전에는 육개월 에 한 번씩 오더니, 이번에는 왜 1년 동안 안 오냐? 질밥 쓴 예쁜 여자 친구라도 생겼냐?
거기에서는 소고기 구경도 못 할텐데 빨리와. 네가 좋아하는 횡성한우 사줄게. 휴가 때 발리가면 가이 드 해주냐? 아, 그리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몸 에다가 천만 두르고 다니지 말고. 인도도 낮에는 덥고 밤에 춥다며? 거기까지 가서 고생한다.” 무 척 그립던 그 친구가 순식간에 나를 인도로 보내 버렸다. 게다가 거기가 인도인지 인도네시아인지 명확치도 않다. 말도 안 되는 응원의 글이 나를 웃 게 만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같았으면 무식하 다고 한소리 했겠지만 이젠 이런 일이 꽤 익숙하 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발리는 알지만 인도네시 아는 모르기도 하고 인도네시아에서 10년을 살았 어도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 유명한 앙끌룽 연주를 들어보지 못 한 경우도 가끔 있으니까.
자카르타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정말 많은 행사들이 열린다. 문화행사에 관심만 갖고 참여한다면 우리가 직접 찌르본에 가지 않아도 찌 르본 왕을 만날 수 있고, 파푸아에 가지 않아도 파 푸아 원주민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번 달 에 한.인니 문화연구원‘인터넷문학상 시상식’ 과 한국국제학교‘Indonesia festival’에 참석 했다. 문학상 시상식에서 찌르본 왕도 뵈었고 앙 끌룽 연주, 전통춤 등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사 람들을 만났다. 수상자들의 글 또한 인상적이었고 그 글을 통해 인도네시아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 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 이 생생히 전해주는 그 이야기들이 나를 즐겁게 했다. 가끔 한 줄의 글이 열 마디의 말보다 더 강 한 힘을 갖고 있다. 우리 교민뿐 아니라 행사에 참 여한 현지인들의 반응도 참 좋았다. 우리도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장구를 치거나 또렷한 우리말 로 한복의 특색에 대해 설명한다면 정말 신기하고 기쁠 것이다. 이런 행사가 두 나라를 더 가깝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니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한국학교의‘Indonesia festival’은 인도네시 아 문화를 다채롭게 볼 수 있는 행사였다. 인도네 시아의 지역별 전통의상을 입어 볼 수 있는 체험 관, 전통 와양 인형극, 전통음식 만들기와 시식, 각 종 향신료와 특산물 전시, 그리고 바띡 만들기 등 우리가 직접 몸으로 체험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 었고 아름다운 선율의 앙끌룽 연주, 파푸아 원주 민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 등을 볼 수 있는 즐거 운 행사였다. 특히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이 즐 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이 행사가 오래도록 유지되어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현지인들 모두가 어울려 즐겁게 배우고 즐기는 재밌는 축제 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글을 쓰다가 나를 인도로 보내버렸던 친구에게 사진을 한 장 보냈다. 파푸아 전통공연 팀과 찍 은 사진이었는데 글쎄 그 친구가“너 아마존도 갔 냐? 공부는 언제 할래? 그만 놀아라.” 라고 하며 이번엔 나를 아마존으로 보내버렸다. 지극히 개인 적인 짧은 소견으로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단일민족 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두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는 것 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의 저력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라고 생각 한다. 그와 별개로 우리와 다른 인도네시아를 잘 배워둔다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 각을 해본다.
지금 내 꿈은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을 대 표하는 유명한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그 꿈을 이 루고 나면 그 다음 꿈으로 내 친구의 말처럼 인도 와 아마존, 아랍, 네덜란드가 공존하는 재밌는 인 도네시아를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글을 쓰 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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