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지상 갤러리 / 샤갈, 에펠탑의 신랑신부 <김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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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에펠 탑의 신랑신부
작품: 에펠 탑의 신랑신부
(Les mariés de la Tour Eiffel)
oil on canvas, 136.5 x 150cm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1887년 러시아 태생의 유태인이며 프랑스 화가.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화가라고 하는 마르크 샤갈. 그는 유태인 거주 지역인 비테프스크에서 청어와 야채를 파는 부모의 9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궁핍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사랑 많고 따스한 성품으로 성장했다. 샤갈에 대해서 “소박과 세련, 온건과 오만, 시기와 관대, 우울과 쾌활이라는 모순적인 성격의 복합체”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스탈린 대숙청과 유태인 학살,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고난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초라한 유 태인 화가로 살면서도 시인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림 속 인물들처럼 하늘을 날아다녔기 때문일까. 삶의 고비마다 봄눈을 맞으며 쥐똥만한 겨울 열매를 올리브 빛으로 물들였기 때문일까.
샤갈의 마을에서는 모두가 날아다닌다. 연인들, 시골 유태인들, 소와 닭, 염소와 물고기, 촛불과 집들이 무중력상태로 하늘을 날아간다. 해와 달, 별들도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떠다닌다. 그뿐 아니다. 샤갈의 그림에는 슬라브의 환상과 유태인 특유의 신비감이, 현실과 꿈이, 시대의 어둠과 희망이 뒤섞여 있다. 미술사 조로 볼 때도 입체파, 야수파, 상징주의, 표현주의가 혼재되어 있다. 파란색을 배경으로 온갖 색들도 풍요롭고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샤갈의 마을이라는 아득한 공간에서 날아다닌다. 그런데 묘하게도 따뜻하고 평화롭다. 샤갈의 블루에선 피카소의 블루에서 맛볼 수 없는 푸근한 신비와 사랑이 느껴진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깔이다.”“사랑하는 사람들 이 손을 잡으면 그들은 땅을 걷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난다.”고 샤갈은 말한다. 화면에 혼재하는 그 모든 개념과 대상과 색들을 샤갈만의 은유와 따스한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샤갈은 고향 마을에서 벨라(Bella Rosenfeld, 1895~1944)를 처음 본 순간부터 평생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다. 벨라는 시적 영감과 은유의 원천이었다. 그는 유난히 신랑 신부와 연인들을 많이 그렸다. <에펠 탑의 신랑신부>는 러시아 혁명 이후 파리로 이주한 후에 고향 마을과 파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다. 연인을 태우고 낙원으로 날아가는 수탉. 파리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두고 온 고향 마을. 한 천사는 꽃다발을 들고 하늘을 오르며 또 다른 천사는 촛대를 들고 마을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둥근 태양과 밝은 분위기, 음악, 수탉 등은 신랑신부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듯 밝은 분위기다. 사랑하는 벨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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