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3월 에세이/힐링이 필요하세요?<김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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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하세요?
김자형(자카르타 거주)
세미냑과 우붓, 짐발란 그리고 잘 알려진 명 소를 대략 다 보았기에 발리는 다 봤다라 고 생각했다.
달리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 짧게 다녀올 수 있기 에 다른 리조트, 다른 유명 레스토랑에 가 보는 재 미 정도랄까?
우붓의 한 리조트에서 요가 세션이 끝난 후 요가 선생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내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서 손 글씨로 작 은 메모를 건넸다. “This is the most magical place I know in the world” 언제나 평화로운 미 소를 띠고 있는 매력적인 그녀가 추천하는 세상에 서 가장 매혹적인 곳이라니 혹시나 메모를 잃어버 릴까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하지만 컴퓨터 로 검색을 해봐도 아직은 오픈 전이라는 메시지뿐 이다. 곧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이 될 거라고 했는 데...... 자판만 두들기면 모든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데 달랑 사진 한 장뿐이니 더 궁금증이 증폭되 었다. 몇 개월이 지나 계획이 잡힌 어머니와 고모 의 인도네시아 방문! 발리를 보지 않고 인도네시 아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잠시 잊고 있 던 그 곳이 생각났다. 오! 예약버튼이 보인다. 그 래서 우리 셋은 함께 그 곳에 가게 되었다. 두 시간 가까이 달리는 동안 한껏 멋을 낸 관광객들이 넘 쳐나는 카페, 레스토랑, 상점이 빼곡한 거리를 지 나고 물건 몇 개 없는 구멍가게, 목공소가 보이는 현지인들만 사는 동네에서 초록만 가득한 길로 풍 경이 바뀌었다. 인도네시아 식의 심플한 건물 몇 개 뒤로는 밀림이 그 앞으로는 넓은 논이 펼쳐진 광경은 국적, 인종을 만무하고 사람들에게 고향 에 온 마음이 놓이는 느낌을 불러일으킬 듯 했다.
소근소근 속삭이듯 말하는 리셉션 직원도 나중에 알고 보니 요가 강사 중 한 명이었다. 이 곳에서 는 가능한 말을 하지 않는다. 조용히 명상을 하고 쉬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곳이다. 머무는 동 안 필요한 식기, 침구가 든 꾸러미를 하나씩 받아 들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연꽃이 가 득 핀 연못이 나오고 온갖 과일과 야채가 싱싱하 게 자라고 있다. 숙소는 개인 방갈로와 남자 도미 토리, 여자 도미토리 중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도미토리를 선택했다. 여자끼리 침대가 나란히 놓 인 방에 짐을 풀고 있자니 시간을 거슬러 수학여 행이라도 온 것처럼 즐겁다. 방은 심플하지만 깨 끗하고 편안했다.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정갈했다. 짐을 풀고 오후 요가 시간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 른 아침과 늦은 오후 하루 두 번 요가 시간이 있 는데 참여 여부는 자유다. 그 외 시간은 산책을 하 거나 책을 읽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되 조용히 해야 한다. 식사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말 없이 지 내는 게 답답할 것 같지만 사실 고요함이 가져다 주는 마음의 평화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자꾸 서로 눈치를 보며 쿡쿡거 렸지만 이내 익숙해져 눈빛으로만 충분히 대화가 가능해졌다.
럭셔리 리조트도 아니고 그 외떨어진 곳에 가서 말도 못하게 하고 도대체 거기에 왜 가나 싶을 수 있겠다.
일단 사방이 트여있다. 약 12000평의 넓은 공간 에 조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슴이 확 트이는 360도 풍경과 절대 고요, 깨끗한 공기 이 것만으로도 온몸의 세포들이 “아! 살 것 같다!” 라고 외쳐댄다.
자체적으로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로 식사를 한다. 그날 그날 바로 수확한 농산물로 만든 채식 식단 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 야채가 듬뿍 든 미네스 트롱 수프, 가지와 싱콩 튀김, 라임으로 맛을 낸 파파야 샐러드, 레드라이스 포리지, 논두렁을 뛰 노는 오리 알로 만든 스크램블 에크, 진한 코코넛 밀크 요구르트 등 뷔페로 차려진 음식 중 입에 맞 지 않는 것이 한 가지도 없었다. 채식만으로 이렇 게 다양하고 풍성한 식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이렇게 먹으면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3박4일 지내는 동안 겹치 는 메뉴 거의 없이 다양한 요리를 맛보았다. 하루 2번 식사로 충분했고 혹시나 허기를 느끼는 사람 을 위해 하루 종일 잡곡쿠 키와 과일, 허브 차가 제공 된다. 하루 몇 잔씩 향기로 운 허브 차를 마시면 디톡 스는 덤이다.
뒤로는 밀림 속으로 앞으로 는 논길을 따라 내려가 마 을 골목길까지 어슬렁 어슬 렁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마당에서 파파야를 따서 깎 아주기도 하고 뭐 하나라도 주려는 시골인심이 그대로 살아있다. 추수해서 막 도 정하고 있는 햅쌀도 한 꾸러미 헐 값에 사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랑 사진 도 찍고 현지인들과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사방이 뻥 뚫린 야외에서 요가는 벽으로 꽉 막힌 요가 스튜디오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평 화롭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온 몸 주위를 에워싸 는 느낌…… 지내는 동안 갈 수 있는 6회의 요가 시간에 모두 참여하였는데, 요즘도 명상을 할 때 면 바로 그 장소를 상상하며 시작하곤 한다. 깨끗 한 공기의 냄새와 살결에 와 닿던 바람의 느낌, 모 두의 평화롭고 미소 띄운 얼굴들과 주위를 에워싼 녹음.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곳이라며 내게 그 곳을 추천한 요가선생님의 의견을 나 역시 100% 지지한다.
이미 내게는 완벽한 이 곳에 한 가지 더 보너스가 있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온천을 할 수 있는 곳 이 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고요함 속에 힐링이 필요할 때면 달려가고 싶은 소중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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