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엄마와 함께한 배낭 여행기 - 2. 소중한 추억이 숨쉬는 발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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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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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JIKS 8학년 이태경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전혀 고생을 모르고 자란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스스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그 난관을 헤쳐 나가는 체험이 필요하다. 또한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이 땅 곳곳을 밟아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 이 글은 겨울 방학 동안 자바섬, 발리섬, 동남시아 등을 다녀온 한 중학생의 배낭 여행기이다.
이슬람 나라에 꽃피운 힌두문화
- 발리 우붓(Ubud)에서
10시간 이상의 야간 버스를 타고 아침에 덴파사르에 도착하니 오전 7시 경이 되었다. 발리는 우선 특징적인 세 군데가 있는데 첫 번째가 ‘누사두아’라는 곳이다. 한국인들의 신혼여행 코스이기도 한 이곳은 고급 호텔만 있는 곳이다. 두 번째는 누사두아처럼 해변에 있지만 싼 호텔이나 숙소가 많은 ‘꾸따-리기안’이라는 곳이다. 나머지 하나는 발리의 전통문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우붓(Ubud)’이라는 곳이었다. 나는 해변보다는 산을 좋아해서 우붓을 먼저 가보기로 하였다.
바뚜불란이라는 곳에서 우붓으로 가는 베모(Bemo)로 바꾸어 타고 우붓의 중심가인 JL. Raya로 향했다. 발리의 중심 도시인 덴파사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대적 건물들이었지만 우붓은 달랐다. 많은 사원들이 있고 여자들이 머리에 음식과 꽃장식이 된 바구니를 이고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사원에서는 향냄새가 났다. 덴파사르보다 덜 개발되었지만 덴파사르보다 훨씬 멋졌다. 그래서 나도 우리 나라도 덴파사르처럼 남의 것만 모방하지 않고 우붓과 같이 우리나라만의 것을 잘 보존한다면 훨씬 더 멋져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발리는 다른 별명이 “신들의 섬”이라고 한다. 모든 생활이 신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골에 있는 허름한 초가집도 아름답고 문이나 작은 공예품들까지도 솜씨가 뛰어났다. 학교조차도 현대식 건물이 아니고 힌두 불상이 멋지게 조각된 우붓식 건물이었다. 또한 발리는 계단식 논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곳곳에는 계단식 논들이 많이 있었다. 이 계단식 논은 가장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물이 닿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붓에서 머물다 보면 자주 마을에서 행해지는 축제에 참배하러 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남녀 모두 사롱이라는 긴 천으로 된 치마 비슷한 옷을 입고 여자들은 긴 정장을 입고 여러 악기를 연주하면서 가는 모습이 굉장히 신기했다. 사원에는 샤롱을 입어야 입장하기 때문에 나도 사롱을 한 벌 사서 입었다. 발리의 많은 축제 중에서 장례식 행사는 “발리문화의 꽃” 이라 하여 발리 문화의 핵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있는 동안은 아쉽게도 장례식 행사가 없었고 우리가 떠난 이후에 장례식 행사가 있다는 투어 모집 광고를 보았을 뿐이었다.
밤이 되면 바롱댄스나 레공끌라톤, 께짝댄스라는 것을 공연하기 때문에 각 도로에서 이 입장권을 판다. 여행 중에 만난 미국아줌마 ‘SWAN’이 우붓 궁전보다 ‘로터스’라는 레스토랑 입구에서 하는 것이 장식이 훨씬 아름답다고 하여서 그곳에서 같이 보았다. ‘로터스’라는 레스토랑은 연꽃이 피는 레스토랑으로 너무나 유명한 곳인데 가격이 싸지 않았는데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발리사람들의 춤도 좋고 가물란의 연주 소리도 밤의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렸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농부이면서도 조각가, 음악가, 화가, 무용가라고 한다. 같이 여행하면서 만난 ‘SWAN’ 아줌마는 나를 무척 귀여워해 주셨다. 아줌마는 남편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신지 3년 정도 되었고 시카코에 사신다고 하셨다. 아줌마는 내년 쯤에 우리가 사는 자카르타로 오신다고 하셨다. 우리도 아줌마네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세계여행을 잘 다니시는데 우리가 다녀온 족자의 “쁘람빠난”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셔서 “앙코르와트”에 대한 호기심으로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우붓은 사원이 많아서 사원 투어가 많았는데(고아가자,그눙까위, 땀박사링 등) 나는 이 사원 투어가 참 지루하였다. 그래서 사원 투어는 특징적인 곳만 보고 목각으로 유명한 마스(Mas)라는 곳을 들러서 목각 공예품을 보았다. 쩔루라는 곳도 은세공으로 유명하다고 하였지만 나는 이미 족자에서 많은 은제품을 보았기 때문에 이 투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사실 자카르타 빠샤라야 백화점 4층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굳이 짐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선물을 사지는 않았다.
추억의 장소들
아주 재미 있는 것은 자카르타에서는 이슬람 신자가 많아서 돼지고기를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여기는 힌두교를 믿어서 통돼지 바비큐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점이었다. 어느 날 산책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몰려 있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알아 보았는데 “IBU OKA”라는 통돼지 집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돼지피로 만들어진 진짜 순대나 통돼지 바비큐와 밥을 합하여 먹을 수 있었다. 나도 점심 때마다 이 바비 스페셜을 사와서 집 앞에서 발코니의 멋진 전망을 감상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일은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특히 내가 머물던 숙소는 “뿌리 루끼산 미술관” 옆에 있어서 전망이 굉장히 좋았다.
발리의 우붓을 도시를 좋아해서 장기로 머무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영어로 된 헌책을 빌려주는 곳도 많았다. 여기서 1- 2개월 머무르다 비자를 갱신하고 다시 들어오곤 한다는 곳이다. 내가 특히 좋아한 곳은 축구 연습장 옆에 있는 폰독뻬짜 도서관이었다. 이곳은 이 나라 목사님이 땅을 기증하고 자원봉사 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는 책을 빌릴 때 책 보증금으로 20만 루피아 정도를 내면 책을 빌릴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3일을 빌리고 6천 루피아를 내는 것이었다. 날이 너무 더우면 투어를 하지 않고 여행기록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었는데 이 기간 중에 내가 소장하지 못한 ‘헤리포터 시리즈’의 일부를 여기서 발견하여 1, 2, 3 권과 판타지 소설을 여기서 읽었다. 그래서 도서관 관장님께 “여행 온 것이 아니라 독서하러 왔다”라는 농담을 듣기도 하였다.
우붓 시장은 아침이면 활기가 넘친다. 시장에는 과일부터 각종 음식과 사원에 참배하기 위한 꽃들이 넘쳐 난다. 아침 시장은 우붓 현지 사람들의 시장이라고 한다면 아침 이후의 시장은 관광객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발리의 너무나 아름다운 나무 조각들이나 돌조각, 등공예 수예품, 각종 바틱이나 사롱, 발리의 그림들이 시장 가득하게 넘쳐나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가격을 흥정하고 물건을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아침시장을 좋아 해서 자주 나갔는데 정말로 저렴하였다. 옥수수를 깐꿍과 잘 버무린 “발리니스 케익”이라는 것도 맛있고 한국의 떡이나 팥빙수 같은 것도 있고 검은 쌀로 만든 밥도 있어서 아침 시장을 도는 일이 즐거웠다.
우리는 우붓을 중심으로 놓고 다른 지역은 투어를 이용하여 짐바란을 찾아갔다. 짐바란 해변은 기대와 다르게 물이 너무나 맑고 깨끗하고 조용하였다. 밤이 되면 각지에서 몰려드는 젊은 연인들로 해변이 가득 찬다고 하는데 대낮의 짐바란 해변은 너무나 고요하였다. 책 한권 가져다가 해가 지도록 읽고 싶을 정도로 조용하였다. 짐바란 해변에서 우리는 점심으로 유명하다는 바닷가재 바비큐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나는 바닷가재 요리를 처음 먹어 보는 경험을 하였는데 새우와는 다르게 정말 맛이 좋았다. 짐바란 해변을 구경하고 꾸따 해변을 갔다.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잠시 해변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놀다가 다시 나왔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발리 테러 사건으로 숨진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안내해 주었다. 나도 내려서 묵념을 올렸다. 아무 죄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좀 더 소중히 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 동안 나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발리의 우붓........원래는 3일 정도만 머물려고 하였는데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우붓이 너무 좋아서 며칠을 더 연장해 버린 것이다. 인도네시아 땅이면서 전혀 인도네시아와 다른 모습을 가진 곳이며 여느 지방 사람들보다 훨씬 영어도 잘 하던 사람들......지금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멍키 스트리트(Monkey Street)에서 내 얼굴로 기어 오르던 원숭이의 촉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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