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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4 4월의 행복에세이 나의 사랑, 나의 문학

3,496 2017.04.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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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싱가포르 한인신문 신춘문예공모전에서 수필부문 수상을 계기로 문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곳의 문학강연을 통해 한국 문인협회(文人協會)인니지부(서미숙회장)를 알게 된 후 정말 오랜만에 글쓰기와 마주하는 가슴뛰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직장일로 바쁘다는 이유로 멈춰있던 문학에 대한 갈증과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내가 문인협회를 찾게 되었던 이유였다.
이달의 정기모임에서 롬복 김주명시인의‘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라는 원 포인트 특강과 함께 15명이 넘는 문협 회원들의 창작시 발표와 각자의 삶의 이야기로 문학의 열기를 뿜어내었다. 진솔한 토론의 시간들은 그동안 굳어버린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데 충분했다. 문협 회원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건조했던 내 가슴에 뜨거운 피를수혈해주었다.
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슴 떨림의 향연! 얼마나 긴 시간동안 이 기쁨을 잊고 있었던 것일까? 열정이 넘치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나의 글쓰기는 이제는 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기쁜 예감이 문학을 향한 내 옛사랑의 구애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간절 함으로 다가온다. 지난 주말에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 배리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Moonlight)를 보았다. 많은 퀴어 영화중 단연코 으뜸인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는 그림자 뒤에 완벽히 숨은 우리들을 끌어내며 가장 어두운 순간 속에서도 인간은 아름답게 빛난다고 말하
고 있다. 흑인 영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며 또 다른 세계로 데려다 주는 달빛 아래선 누구나 평등 하게 만드는 푸른 달빛의 마법을 보여주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성장기영화이다. 어쩜 이토록 아름답게인간의 내면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 영화를 본 후잔잔하게 남은 여운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간간히
가슴 한구석에서 달빛 아래 주인공으로 남아 있다. 나의 글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체온을 느끼며 따뜻하게 만져 줄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뜨겁
게 물든 적도의 황금빛 석양 앞에서 행복한 작업인 나의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적도에서 처음 만났던 인도네시아의 푸른바다는 마치 지상에 내려와 고인 달빛과 같았다. 나의 팔길이만큼 아주 낮게 내 머리위에 내려와 있었던흰 구름은 언제라도 손을 내밀면 속삭이듯 나의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나는 이 모든 것 몸으로 육화(肉化)하여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나는 이 모든 것을 문학적인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뻔뻔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
다. 새로운 업무는 적응하기에 많은 시간을 요구했고 인도네시아 생활과 문화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참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매일의 고단한 몸은 글쓰기는커녕 일기 식 메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글쓰기의 갈증은 옛사랑의 구애처럼 항상 나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고, 목마름에 지친 갈등은 사람들
속에서 심한 외톨이로 만들어 버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며 더 깊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학이란 넓은 세상의 중심에 서는 법, 거기서나를 잃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리라.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는, 오로지 나만의 자아를 찾는 과정 속에 조금 더 검식(檢食)하듯 작품에 깨지고 나 스스로에게 깨어지면서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서 구원 받으며 글쓰기는 즐겁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는 고통이다. 즐거운 작업이 결코 아닌 것이다. 떨림이 없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글쓰기로 내 삶의 일부분을 완성하고 싶다. 나의 글쓰기는 칼과 도마와의 관계와도 같다, 오롯이 혼자 설수 없는 도마 위에 언제든지 칼질을 해대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 시퍼런 언어의 칼날로 마구 찍어대는 도마는 넓게 펼쳐진 또 다른 글 세상인 것이다. 글을 배운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쓴다. 하지만 읽고 싶은 글을 쓰기는 쉽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납득 할 수있는 글을 쓰기란 정말 어렵다.
어쩌면 문학을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고독한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의 삶은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기 위하여 글을 쓴다. 왜냐하면 나 역시 많은 작가와 그들이 쓴 글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데는 그렇게 많은 미사여구가 필요하지 않다. 인간의 삶에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힐링(Healing)이며, 카타르시스(Katharsis) 작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작업은 주위의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며 망망대해에서 노 젖는 일과 같다. 글은 가벼울수록 좋을 것이다. 때로는 무거운 글이라도 괜찮다. 진실에 가까울수록 더욱 무거워 지는 것이니까. 글쓰기가 필요치 않는 인생이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영화‘문 라이트’의 후안은 이렇게 말한다.“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사실 내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라고, 내가되고 싶었던 사람, 글쓰기를 통해 내가 되고 싶었던 나는 더 이상 남이 원하는 내가 될 수는 없다.
지금 나와 나 사이에는 문학의 넓고 깊은 심연(深淵)의 강만 놓여있다.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으나 건널 수 없는 시간들은 조금의 창작의 공간도 없이 이미 나의 심장은 굳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조용히 내게 다시 찾아 와준 나의 옛사랑인 문학을 이제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내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태평양 한 가운데 유려(流麗)한 파도위로 적도의 석양이 저무는 아름다움을 글로 쓰고 있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 바로 이순간이라고... 나의 사랑, 나의 문학은 목젖까지 떨리는 설렘으로 적도의 끝에서 달려와 내 품안에서 행복의 시작을 알리는 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내 인생의 숙제로 남아있던‘나의 글쓰기’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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