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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6월의 행복에세이-삶의 여행길에 무거운 짐을 정리해보며…

4,144 2016.06.0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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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은 것들이 많을 때가 있었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없어도윈도우 쇼핑이라는 이름아래 백화점이나 상점에 진열된 상품들의 디자인과 색상에 눈독을 들이던 시절 말이다. 독특하거나 혹 은 값나가 보이는 물건들을 싸게 사는 재미에 자카르타 시내 구석에 박혀있던 골동품 가게들까지 순례하며 폭염과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목을 뒤지고 다니곤 했다. 그러다 보니 진열장의 전면에 나와 있는 진열품보다는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뒤쪽의 물건들에 더욱 눈이 갔고 케케묵은 먼지를 털고 나온 그 물건을 돌아오는 시간 내내 이리저리 탐색하는 즐거움은 쇼핑의 원초적인 맛, 바로 그 자체였다.

이렇게 모아진 전리품들은 주로 인니의 조각장 식품이거나 청동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그릇들, 호리병들 그리고 촛대 나부랭이들이었다. 이것들은 태어난 이래 처음, 먼지 없는 얼굴로 거실 장식장위에 잠시 머물다 느닷없이 한국의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내졌거나 진지하고 엄정한 테스트를 통과한 멋지고 특이한 것들은 신문지에 돌돌 말린 채 이십여 년을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중이다. 또한 이 상자들은 이사할 때조차도 풀 수 없을 만큼 특별대접을 받는 물건들로 그 위엔 장식품, 풀지 말 것이라고 유성매직으로 크게 써져있다. 세월 탓인지 그 글씨들도 늙은 사내의 팔뚝에 남아있는 어스름하고 푸르스름한 문신처럼 허무하기까지 하다.

그 다음으로 큰 짐들은 두 아이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상자들이다. 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매번 큰 플라스틱 봉지에 들려져 오는 노트, 스케치북, 아트시간에 만든 공예품 그리고 포스터들은 이사 할 때마다 이번엔 버려야 한다고 벼르고 별러 상자를 열어 보지만 멀리 있는 아들대신 그의 그림과 이야기하고 꾸밈없는 딸아이의 글을 읽으며 퐁당퐁당 솟는 미소에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그러느라 금방 지나간 서 너 시간에 바빠진 마음은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상자의 뚜껑을 닫아 버리고 만다. 생각지 않은 행복을 주는 물건들이다. 세상에 이토록 재미있는 물건을 버리는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조금씩 줄여온 물건은 아직도 큰 플라스틱 상자 두 개를 차지하고 있다. 지인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하면서 차곡차곡 모아 놓은 아이들의 물건을 아이가 결혼할 때 선물로 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난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 살면서 공간 이동이 많을 아이들 세대의 환경에 이것이 얼마나 큰 짐이 될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사진첩에 모았던 지나간 시절의 기념사진들, 요즘엔 핸드폰 카메라로 손쉽게 찍은뒤 컴퓨터나 USB에 저장하는 것처럼 이런 추억의 물건들도 이제 마음의 USB에 복사해 두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숙제처럼 마음을 성가시게 한다. 신혼 3년째 이 삼 년을 여행 삼아 살아보자고 온 인도네시아, 아직 때도 묻지 않았던 혼수들은 박스 푼 지 3년 만에 다시 그 박스 속으로 들어가 고스란히 친정의 지하실에 보관 되었다.

예정되었던 3년이 지나도 주인은 돌아올 줄 모르고 정작 애타는 것은 박스 속의 물건들이 아니라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던 엄마였다. 장마철이면 딸아이 혼수에 곰팡이라도 낄까 노심초사 하시고, 햇수가 거듭될수록 가전제품이 상할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셨다. 그보다 지하실의 물건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시간 큰 딸이 눈에 밟혔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다. 한국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그 물건 정리를 부탁하셨다. 하지만 아까워 쉽게 버릴 수도, 바쁜 일정에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아직도 그 물건들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남보다 더 많은 물건들과 추억들이 그리고 어머니가 나의 귀국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요즘 현명한 노인들은 노환으로 몸 져 눕기 전 생을 함께했던 물건들을 정리하며, 그들의 인생도 더불어 정리한다고 한다. 언제 올지 모를 죽음 뒤에 뒷정리를 해야 하는 자식들의 수고를 덜기 위함이리라. 사실 장례 내내 부모를 잃은 황망함과 장례 절차에 기운이 빠진 자식들이 또 한 번의 깊은 슬픔을 맛보는 건 돌아가신 부모의 유품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간혹 너무 많은 망자의 유품들은 유족들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예전과 달리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많은 짐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기엔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있다. 게다가 돌아가신 부모 집이 가까이 있지도 않고 바쁜 생활 때문에 쉽게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심지어 요즘은 고인의 중요한 유품만 유족들이 먼저 챙기고 나머지는 용역업체에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단다. 너무 많이 가지고 버리지 못 한 욕심에서 나온 씁쓸한 현상이다.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눈만 뜨면 기능이 향상되고 더욱 아름 다운 디자인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을 모른 척 할 수만은 없다. 필요한 게 있다면 당연히 사야하지만 때론 가지려는 사람보다 수명이 긴 물건들을 들이는 상황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잘 정리하지 않고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심사숙고 하지 않으면 인생의 부 피는 쓸데없이 늘어만 갈 것이다. 젊을 땐 빈 공간을 보면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불안한 마음 까지 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빈 공간에서 마음이 정화됨을 느낀다. 굳이 여백의 미라고 고급스럽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 넉넉함, 정갈함은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해 준다. 이로써 인테리어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나에게 인테리어란 더 이상 집 안 가꾸기가 아니다.

스트레스로 마음이 무거울 때 기댈 수 있는 나무 한 그루와 넓고 푸른 가슴으로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 줄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큰 창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면 더 바랄게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보태야 할 것이 있다면 좋은 추억을 끝도 없이 담아 놓을 넉넉한 가슴뿐... 산다는 것은 어쩌면 멀고도 긴 여행이다.

앞으로 남은 여행이 즐거워지려면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가볍게 가도 괜찮을 듯싶다. 집안 구석구석 해묵은 짐을 찾아 정리하고 햇볕 좋은 날 장롱 속 오래된 옷들과 세상사에 젖은 마음도 함께 내놓고 말려 보면 좋겠다. 어쩌면 무거운 삶의 짐들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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