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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8월 이선진 전 대사의 일기 "노무현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2006.12)"

3,951 2016.08.0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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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속조치

30여년 외교 현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정상 합의 사항들이 사장된다는 사실이다. 국가 정상의 외국 방문을 준비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고, 긴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1-2년 지나면 누구도 기억 못한 체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 4강국 이외의 국가들과의 합의는 이러한 경향이 특히 심하다.

 

 나는 노무현. SBY 대통령 사이 합의 사항도 누군가 챙기지 않으면 곧 사장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걱정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인니관계를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하겠다는 금년 초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렸다. 대통령 일행이 귀국할 즈음(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후 호주 방문)인12월 하순 장문의 전보를 발송하였다. 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방문 기간 중 여러 차례 약속한 대로 한국 기업인 방문단의 파견과 장기적 대 인도네시아 투자 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건의한 것이다. 수신 처는 외교부, 경제부처, 국방부, 산림청외에 청와대 수석 비서관실도 여러 곳 포함시켰다.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관계부처에 맡기지 말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한편, 노 대통령을 수행하여 한국 기업의 그룹 회장/사장단, 경제 단체장, 국영 기업 사장 포함 수십명이 자카르타를 방문하였다. 그들은 나에게 인도네시아에 대한 인상이 듣던 것과 전혀 다르다고 말하였다. 1998년 수하르트 대통령 퇴진 이후의 사회 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 와보니 사회가 매우 안정적이라고 말하였다. 그 때 나는 아하! 한국 기업의 CEO나, 투자 결정자들이 인도네시아에 그릇된 인상을 가지고 있는 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한국 기업인 방문단, 그것도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하여 인도네시아의 실상을 보고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 해 2007.2월 공관장 회의 참석 계기에 산업 자원부 장관을 찾아갔다.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정 세균 장관이 경질되고, 신임 장관은 노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인 인도네시아 방문 계획에 소극적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인 해외 방문단을 구성할 때 장관이 가느냐. 아니면 그아래가 가느냐에 따라 참가하는 기업인의 수준과 참가 규모가 달라진다. 따라서 무조건 장관이 참가해야 하며, 그 기회에 양국 장관 후원 하에 민간차원의“에너지 포럼”내지 에너지 관련 협력기구 설립도 내심 계획하고 있었다. 

 

 듣던 대로 신임 산업자원부 장관은 사우디아라 비아를 가느냐. 아니면 인도네시아 가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가는 것도 노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약속하였다고한다. 나는 산자부 장관이 일정상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인도네시아를 방문 해달라고 매달렸다. 자카르타로 돌아 온 후에도 상무관(산자부에서 파견된 대사관 직원)을 시켜산자부 담당과를, 나는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는 산자부 차관에게 압력을 계속 넣었다.

 

 결국 산자부 장관은 2007.5 월 200 명에 가까운 대규모 기업인 방문단과 함께 자카르타를 방문하였다 (이 부분의 상세는 후술). 이 기회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가하는“한. 인도네시아 협력단 (Task Force)”이 구성되었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어 7월 SBY 대통령이 대규모 인도네시아 기업인들을 이끌고 한국을 국빈 방문하였고, 이와 별도로 100여명의 인도네시아 중소기업 및 지방 기업인을 한국에 파견하였다. 양국 기업 사이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고, 그 결과 한국의 투자는 2004년도 3천만 불 수준에서 2007년 3억불(실제 투자)을 넘었다. 내가 있는 3년 사이 한국의 투자가 10 배나 증가한 셈이다. 한국의 투자가 2012년 거의 10억불 수준(실제 투자)에 도달하였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있다.

 

후일담 몇 가지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를 가던 숙소에 도착 직후 그 나라 주재 한국 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부부 참석). 그리고 마지막 날 공항 출발 직전에 대사부부에게 작별 인사할 시간을 준다. 마지막 작별인사 기회에 인도네시아의 부정부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노대통령이“이 대사님, 우리 사회도 이제 많이 깨끗합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많이 정리되었고, 다만 돈 선거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선거 자금 때문에 생기는 부정부패를 어떻게 막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 많이 하고있다”고 말하였다. 노 대통령이 기업으로 받은 돈 때문에 자살하였을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보고, 나에게 한국의 부정부패에 관하여 진지하게 말하던 노대통령의 얼굴이 선하게 떠오르면서 심한 충격을 받았다.

 

 대통령 일정은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만큼 비밀이 유지되어야 한다. 실제 북한이 한국 대통령을 겨냥하여 버마 아웅 산 테러 사건을 실행한 예도 있다. 그러나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의 방문 일자를 최후까지 미루다 출발 직전에 발표하는 우리의 관례는 바뀌어야 한다. 발표 전까지 비밀로 묶어놓고 이것이 깨질 경우 보안위규를 이유로 실무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민간 차원의 경제 및 문화 교류가 중시되는 현대 외교에서 의전이나, 비밀주의에 매여서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나는 대통령 방문 문제가 정부 간 논의 개시되던 2006년과 2007년 일찍부터 우리 기업들에게, 또한 주재국 주요 인사들에게 구체적 일자는 말하지 않고“금년 중”이라는 정도로 언급하면서 실질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찾거나, 발굴하도록 독려하였다. 기업이 큰 사업을 발굴하고 협상에 걸리는 시간은 몇 년 아니면, 최소한 몇 달이 걸린다.

 

 나는 의전 행사 준비 문제를 차석 공사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수시로 진행사항 보고만 받았다. 공사, 참사관들은 모두 20년 이상의 직업 외교관이자 여러 차례 정상방문을 준비한 경험자들인 만큼 맡겨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들은 실제 모두 열심히 하였고, 완벽하게 준비하였다. 다만, 다음과 같은 태극기 건은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다.

 

 대통령 일행이 인도네시아 일정을 마치고 호주로 향발한 다음 날 한국 언론에 4괘(四卦)가 잘못 그려진 된 태극기를 인도네시아 의장대가 쥐고 있는 사진이 났다. 대통령의 의장대 사열은 국가 최고 수준의 의전이 되어야 함에도 실수가 나온 것이다. 국빈 방문 시 여러 용도 및 크기의 태극기가 사용된다. 길거리에 걸리는 태극기, 손에 드는 태극기, 정상회담장에 걸리는 등 다양한 태극기가 필요하다. 의장대가 드는 태극기는 그중 하나이며 가장 큰 사이즈이다. 그 나라가 원하면 한국이 태극기를 제작하여 제공하기도 한다. 태극기 4괘가 잘못 제작되거나 걸린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자존심이 강한 나라인 만큼 자기들이 제작하겠다고 하였다. 대사관 담당자가 인도네시아 외교부 측에 몇 차례 주의를 주었고, 실제 행사 당일 날 대통령궁을 돌면서 태극기가 잘못 제작되거나 잘못 걸려있는지를 체크까지 하였다. 그러나 의장대가 감아쥐고 있는 태극기 마저 보자고 할 수 없었으며, 대통령 사열 직전에 펼쳐진 태극기를 우리 기자가 용케 발견하였다. 나는 즉시 호주에 있는 외교부 장관에게 사과와 함께 어떠한 처벌도 감당하겠다는 전보를 보냈다. 다행이 아무런 처벌은 없었다.

 

작별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가던 차 중에서 집 사람과 다투었다. 내가 대통령 도착 첫대면 보고 때 제기했던 문제를 마지막인사를 가서 다시 꺼낸 것이다.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와 지원 방안을 건의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대통령 방문 몇 개월 전부터 나와 대사관을 괴롭혀 온 문제이다. 2만 명을 고용하던 한국 기업이 망하여 빚 청산을 하지 못하고 떠나서 대사관이 현지 은행, 노동자 및 협력 업체(한국 및 인도네시아)로부터 계속 시달려 왔고 대사관 앞에서 데모도 몇 차례 있었다. 대통령 방문기간 중 길거리 데모라도 있을까 전전긍긍하였으나 다행히 조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 2004년 이후 매년 1-2만 명을 고용하던 한국 업체가 하나씩 망하였고, 대통령 방문에 즈음해서도 한인사회에는 야반도주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의 명단이 입소문으로 돌기도 하였다.

 

 그래서 도착 첫날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으나 노대통령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작별 인사하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에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역시 덤덤하였다. 이것을 지켜보았던 집 사람이 공항으로 가는 차중에서, 처음 꺼냈을 때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문제를 왜 눈치도 없이 다시 꺼냈느냐고 불만하였다. 나는 그것이 바로 대사가 할 일이라고 대꾸하 였지만 내심 내가 정말 눈치 없는 사람인가하고 자문 해보았다. (대사의 일기 제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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