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1 극 사실주의 작가 김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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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 영성은 작은 것에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근작들에 작은 생명체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작품의 명제는 <무. 생. 물>이다. ‘보잘것없고’,‘살아있고’,‘생명 없는 물체’라는걸 명제로 한 것이다.
작은 티스푼 위에 앉아있는 달팽이, 유리 물컵 안에서 유영을 즐기는 빨간 관상어,
그리고 청개구리…
그는 이것들의 면적을 100~2500배 크기로 확대해서 그렸다.
일찍이 작가는 작은 것들에 연민을 가져오다 2000년대부터는 작품화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작품은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dedication)라 할 수 있다.
평소에 미미한 존재였으나, 어느 순간 눈길을 끌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생명에 대한 외경을 촉발할 때 경이로움을 야기시키는 것이 컨셉이다.
그가 작은 것들을 등장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문명의 물질화와 더불어 살아있는 생명체 보다는 기계와 같은 무생명한 것들, 요컨대 기능적인 것들을 과대평가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을 제기 하려는 데 있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작은 것들을 지고의 세계로 격상시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사회의 가벼워진 인간 존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데 뜻이 있다. 그의 시각에서는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작은 미물마저 누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방기하는 우를 범한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겉으로는 당당한 것 같으나 속내는 실제를 상실한 미소한 존재이고 없음과 진배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는 유리용기, 금속수저,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물질을 등장시켜 작은 생명체들의 지지체로 삼는다.
작가가 다루는 지지체들은 반사가 큰 것들이다. 빛의 투과와 굴절이 크고 강한 게 특징이다.
견고하고 투명한 유리와 금속은 현대인이 의존하고 있는 광범위한 물질성을 대변한다.
이것들이야말로 현대 기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케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스테인레스 티스푼에 앉아있는 작은 달팽이가 편안한 안락을 누리는 건 현대인이 누리는 물질적 안락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잠시 예약된 극도로 불안정한 안락일 뿐이라는 걸 우화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유리컵의 물속에 관상용 물고기, 톱니바퀴나 스푼에 의지하고 있는 개구리를 빌려서 최후의 집행유예를 즐기는 현대인의 찰나의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무생한 물질의 차갑고 섬광을 발하는 현란한 표면을 묘사하는데 심혈을 쏟는다.
김영성작가는 이를 위해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을 써 가며 작은 생명체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사투를 벌인다.
글: 권미선 (인니 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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