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4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자가 위대하다 화담 서경덕, 가능성을 넓히는 생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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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이 가난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책도 구하기가 어려워 먼저 사색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구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나물을 캐오라 했지만 나는 한 줌도 뜯지 못했다. 그 이유는 게을렀기 때문도 아니고, 어머니의 명을 거역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새가 땅에서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온종일 그 이유만을 생각하다가 그만 푸성귀 뜯는 일을 잊어버렸다.”
[화담집] 서문
나의 스승은 자연과 책이었고, 더 큰 스승은 사색이었다. 그렇게 점차 생각의 힘을 기르자 진짜 공부는 사물을 궁구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고, 삶은 깊고 넓어졌다. 생각하고 궁리하는 것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어, 토정 이지함과 같은 걸출한 제자도 배출할 수 있었다. 18세가 된 어느 날, 한 번은「대학」을 읽고 경악한 적이 있었다.‘스스로 사물을 궁리하고 사색하여 지(知)에 이른다’는 문장을 보고 전율했다. 그것은 생각의 힘에 대해 더 크게 깨달은 계기가 됐다. 이후 생각하지 않고 공부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내 탄식이 터져 나왔다.
“공부를 하면서 사물을 궁리하고 사색하지 않는다면 독서를한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화담선생문집] 중
사색하지 않는다면 독서조차도 무용(無用)한 것이다. 현대인들은 지식을 흡수하고 습득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격증 취득과 승진을 목표로한 수단으로서의 지식만이 남아 있다. 혹은 앎을 뽐내기 위한 허세의 일환으로 쓰기도 한다. 많이 외웠는지의 차원에서는 사람 간의 순위를 가리지만, 깊게 생각했느냐의 기준에서는 독보적인 자기 색깔을 가졌는지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창조적이란 것은‘다름’을 의미한다. 나만의 차별성을 발견하면, 대체불변의 인재가 될 수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천 년을 산들 그 삶을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생각을 바꾸는 데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과 연습은 스스로 생각을 하려는 훈련을 갖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기보다는 되는 대로, 살아가는 대로 피동적으로, 아주 최소한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자신이 삶의 주인이 아니면,환경과 삶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생각의 폭이 좁고 편협하면 그 생각을 하는 주인의 삶 또한 그렇다. 결국, 생각의 한계가 바로 그사람이 가진 세계의 크기가 되고 가능성의 한계가 되는 것이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생각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이치를 궁리하는 사람은 창조적이며, 주체적이고, 역동적일 확률이 높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는 훈련은 곧 삶의 가능 성을 키우는 확실하고 빠른 지름길이다. 이것이 최고의 공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각의 크기가 당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크기임을 명심하라.
[월간 문화재사랑] 글: 김병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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