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5 흑 마 술 사 - 두 꾼 (Du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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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강경화되어가는 이슬람의 기치가 높이 휘날리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표면에서 거품을 한 꺼 풀 살짝 걷어내면 그 밑에는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원초적 샤머니즘의 세계가 무한히 펼쳐 집니다.
수많은 민족들이 광대한 국토 곳곳에 퍼져 살고있는 만큼 그들의 민속과 토속신앙의 스팩트럼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넓고 다양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귀신들도 존 재합니다.
인도네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국구 귀신들으로 꾼띨아낙, 뽀쫑, 뚜율, 겐더루워, 순델 볼롱 등이 있고 지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바나스빠띠, 물귀신 반유, 웨웨, 꾸양, 끄마망 같은 지역구 귀신들도 있습니다. 흑마술과 귀신들의 얘기를 풀어 나가자면 귀신들이 대거 몰려나온다 는 말람줌앗 끌리원(Malam Jum’at Kliwon - 자와(Jawa)의 5요일 중 끌리원요일과 목요일 이 겹치는 날의 밤)의 유래나 요즘도 가끔 현지뉴스에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학교나 공장 에서의 집단빙의현상 끄수루판(Kesurupan)과 그에 대응하는 이슬람식 엑소시즘도 매우 흥미 로운 주제들입니다. 그 외에도 일무끄발(Ilmu kebal)이라 불리는, 총격에도 끄덕없는 금강불괴 신체술도 있고 쁠라부한 라뚜(Pelabuhan Ratu)라 불리는 자와섬 남쪽해안의‘여왕의 항구’에 자주 출몰한다는 남쪽 바다의 지배자 로로키둘여왕의 일화, 그리고 마술에 힘입어 권력과 명성을 얻은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이런 토픽들은 방대하기 이를 데 없지만 우선은 두꾼(dukun)에 대한 얘기부터 꺼내볼까 합니다.
두꾼이란 인도네시아의 무당, 또는 흑마술사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한국의 무당들이 몸주를 모 시는 것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의 두꾼들은 귀신과 혼인하거나 제물을 바치는 계약을 통해 얻은 힘 으로 귀신들을 부리거나 신통력을 발휘해 의뢰자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는 사람들입니다. 두 꾼의 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산뗏(Santet)저주과 함께, 누구든 천 하일색 미인으로 보이게 하여 성형수술도 무색케 하는 수숙(Susuk)시술, 주술적 방법으로 상대 방을 홀리는 뻴렛(pelet), 귀신에게 생명이나 수명 등 제물을 바치고 그 대가로 단기간내에 부자 가 되려는 재물주술 뻐수기한(Pesugihan) 등의 얘기가 필수적이고 그러자면 그들이 부리는 진 (djinn)과 귀신들의 종류와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마술 또는 마법이라는 것이 실존하느냐, 또는 해리포터와 볼드모트의 대결 처럼 마술을 백마술과 흑마술로 나누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것은 매우 미묘 한 문제이기도 하고 개인적 신념과 확신에 달린 사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 차를 몰고 도로에 나서기 전에 교통법규와 안전수칙을 미리 배우는 것처럼 인 도네시아를 가까이 접하기 위해선 알고 있는 편이 효율적인 일반상식같은 것이 라는 측면에서 그 대략의 개요 정도를 훑어 보고자 합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르바란(Lebaran)휴무를 맞아 보고르 인근 자싱아(Jasinga) 산골의 친척집을 다녀온 메이네 온 가족이 앓아눕는 일이 있었습니다. 곧 차도를 보이긴 했지만 메이는 마치 엑스맨의 울베린이랑 한바탕 싸우기라도 한 듯 한동안 얼굴 한복판에 세 줄의 손톱자국 같은 것을 달고 다녔습니다. 그 때 메이가 내개 해준 얘기들은 도무지 잘 믿겨지지 않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까라왕(Karawang) 출신인 메이의 엄마는 철없던 시절 자싱아 산골짝에서의 첫 결혼생활을 허 겁지겁 이혼으로 끝내고 그 때 얻은 첫아들을 이웃에 맡기고서 14살 즈음 자카르타로 재가해 나 왔습니다. 그 이웃과는 그 이전부터도 오랜 인연이 있었고 거기 맡겼던 첫아들이 금광에서 벌어 진 모종의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후에도 오랫동안 한 가족처럼 지내왔었는데 메이가 둘째 아기 를 출산했을 땐 얀띠라는 이름의 그 집 딸을 한동안 자카르타에 데려와 육아에 도움을 받기도 했 습니다. 그 아가씨가 문제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자바와 순다지역의 시골에서는 딸이 초경을 시작할 무렵인 13-14세 조혼시키는 풍 속이 아직도 성행하는데 그것은 빠듯한 살림에 입 하나라도 줄이겠다는 의지와 그렇게 딸을 출가 시킬 때 신랑측으로부터의‘마스까윈’(mas kawin)이라 흔히 부르는 지참금(?) 수입에 대한 기대가 어루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딸의 결혼을‘거래’라고 인식하는 신부측 부모는 사위 가 시원찮다고 여겨지면 끈질기게 이혼을 종용한 후 다시 다른 남자에게 지참금을 받고 재혼시키 곤 합니다. 물론 집에 아내를 두고 옆 집 또는 옆 동네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둘째 아내를 얻어 집 을 나가 버리는 본능에만 충실한 무책임한 남자들 탓도 적지 않지만 그래서 이슬람 인구가 90% 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가 예상과는 달리 지방 저소득층만 놓고 본다면 어마어마한 이혼율을 보 이는 것이고 90년대 전후 자카르타 근교공단의 경공업 노동인력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여공들 중 대략 반쯤이 아이 딸린 과부이거나 이혼녀, 또는 재혼녀였습니다.
당시 18세가 되던 얀띠 역시 당시 두 번 째 이혼수속을 밟으며 세 번 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습 니다.
그런데‘나나’라는 이름의 당시 남편은 수입이 변변치 못한 채소장사였지만 동네에서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누리던 두꾼의 아들로서 자신도 나름대로 약간의 술법을 사용하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빈곤의 바닥에서 이혼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것을 보면 그 능력이 그의 인생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진 못했던 모양입니다. 순다족 남자들 중엔 아내나 애인과 문제가 생겨 어떤 교착 점에 봉착하면 그 돌파방법을 찾기 위해 뭔가 실질적 노력을 하기보다는 두꾼에게 쪼르륵 달려 가 매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귀신의 조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죠. 당연한 일 이지만 나나는 두꾼인 자기 아버지를 찾아가 애원했던 모양입니다.
어느날 밤 메이는 꿈 속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자싱아 얀띠의 부모집 부엌에 뭉게구름 같은 것이 피어오르며 문지방 바로 밑 뱀굴에서 뱀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얀 띠는 엄마가 아파 마침 자싱아 집에 돌아가 있던 차였는데 잠에서 깨 뭔가 꺼림직한 느낌이 된 메 이는 얀띠에게 전화해 부엌을 한번 뒤져 보라고 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부엌을 뒤지던 얀띠와 가 족들은 메이가 꿈속에서 뱀굴을 보았던 부엌 문지방 밑에서 뭔가를 넣은 수상한 헝겁뭉치가 파묻 혀 있던 것을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모래, 사금파리, 커피가루, 바늘,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건 두꾼들이 저주를 걸 때 사용하는 물건들이었어요.
그 용도는 마치 피뢰침이나 GPS 발신장치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두꾼들이 저주를 건다는 것 은 기본적으로 저주를 담은 산뗏(santet), 말하자면 한국전통무속의 ‘살(煞)’의 개념과 비슷 한 것을, 두꾼이 부리는 진(djinn 또는 jin으로 표기, 이슬람권 세계의 악마, 귀신, 도깨비 정도의 개념)을 통해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꾼이 산뗏저주는 은밀하게 시전되지만 그 저주를 쏘아보내는 모습은 밤하늘에 불덩어리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소를 제대 로 쓰지 않으면 편지가 자칫 다른 곳으로 전달될 수도 있듯이 저주도 엉뚱한 곳을 치지 않도록 목 적지에 위치발신장치를 몰래 심어 놓는 것이죠. 그게 얀띠가족들이 부엌에서 발견한 두꾼 팩키 지의 용도였던 것 같습니다.
잘못 날아간 산뗏이 엉뚱한 상대를 쳤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그런 사건 들 중엔 자카르타 주지사 아혹의 일화도 있습니다. 2013년 12월 16일 까스꾸스통신에 실린 내 용입니다.
Quote:- Cerita santet di Tanah Air bukan hal baru. Wakil Gubernur DKI Jakarta, Basuki Tjahaja Purnama, pun mengaku pernah terkena santet. 따나아이르 지역의 산뗏저주에 대 한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카르타 부지사 아혹 역시 산뗏을 맞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 다. Ahok, sapaan Basuki, menceritakan pengalamannya terkena di sela-sela kunjungan ke kantor PLN Pusat. Menurut Ahok, sebenarnya dia hanya korban santet salah alamat. Santet itu sedianya ditujukan ke seorang rekannya. 그는 인도네시아전력공사 본점을 방문 한 자리에서 자기도 예전에 산뗏을 맞은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 산뗏은 애당초 그를 노린 것이 아니라 그의 동료를 맞추려 했던 것이었다. Cerita bermula saat Ahok menemani temannya yang mendadak sakit aneh ke orang pintar alias dukun. Dukun itu mengatakan, penyakit yang diidap rekan Ahok dikirim orang lain melalui jalur gaib.
Entah apa yang terjadi, Ahok malah ikutan sakit setelah menemani rekannya ke dukun. 이 이야기는 갑자기 이상한 병이 발병한 친구를 따라 두꾼을 만나러 가면서 시작된다. 두꾼은 그 친구는 누군가 미지의 경로를 통해 보낸 저주에 맞아 병이 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 인지 그렇게 친구와 함께 두꾼을 만난 후 아혹 자신도 드러눕게 되었다는 것이다.
“Mungkin waktu setannya mau masuk lihat muka saya lebih serem dari dia,” ungkap Ahok, di Balai Kota DKI Jakarta, Kamis (12/12).‘아마 그놈의 귀신이 내 몸에 들어가려 할 때 내 얼굴이 자기보다 훨씬 무섭게 생겼다는 걸 봐버렸던 모양이야’아혹은 시청회관에서 지 난 목요일 그렇게 말했다. Sejak kejadian itu, Ahok lantas memasang papan nama di depan pintu kamarnya. Dengan harapan, kalau ada kiriman penyakit lagi tidak salah alamat. 그 일이 있은 후 앞으로 누군가 저주를 실어 보낼 때 그때처럼 주소를 잘못 찾아 배달사고가 나지 않 도록 아혹 부지사는 자기 집무실 문 위에 이름표를 크게 붙여 놓기로 했 다. (후략)
다시 메이의 얘기로 돌아가, 그런 예지몽 비슷한 것을 꾸는 메이도 어딘가 신끼가 좀 있었던 모 양입니다. 아무튼 그 사건으로 인해 얀띠와 나나의 이혼수속은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그 주술물 품이 든 헝겁뭉치를 부엌에 묻어 놓은 것은 나나의 짓이 틀림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확신하 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얀띠와 나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개골과 두피가 제대로 덮이지 않은 채 뇌가 드러난 상태로 태어났다는 그 아이는 24시간도 채 되지 못해 숨을 거두었다 합니다. 그런 끔찍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순 다의 산골짝에서는 귀신의 장난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운데 얀띠가족들은 그게 나나와 그의 아버 지가 조심성없는 주술로 귀신들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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