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인도네시아의 약용식물/쯩깨<백진협>
짧은주소
본문
인도네시아의 약용식물 . . .쯩깨 Cengkeh
인도네시아의 첫 향기‘쯩깨Cengkeh’
백 진 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인니생물소재연구센터장)
인도네시아에 처음 입국하시는 분들이나 자주 왕래하시는 분들은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누구나 매캐하고 독하면서도 한편으론 치과병원 소독약 비슷한 냄새
가 나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담배냄새를 기억하실 겁니다. 필자의 뇌리에도 두리
안 냄새와 더불어 인도네시아를 자동으로 연상케 하는 냄새입니다. 이 특이한 냄
새는 담배 안에 들어있는 정향(Clove), 현지어로‘쯩깨(Cengkeh)’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성분의 독특한 향(香) 때문입니다.
정향은 열대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도금양과 (Myrtaceae)에 속하는 상록교목입니다.
이 나무는 10-20m까지 자라고 잎은 마주나며잎의 모양은 계란형이나 타원형입니다. 꽃봉오리를 정향이라 하며 특히 향
이 좋습니다. 열매 말린 것은 모정향(mother-of-clove)이라고 합니다. 정향의 공식 학명은 Syzygium aromaticum
(L.) Merr. & Perr.이며 과거에는 Caryophyllus aromaticus L., Eugenia aromatica (L.) Baill. 등의 다른 이름으로 쓰
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정향은 브라질, 인도, 필리핀, 자마이카, 탄자니아와 같은 열대국가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지만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의 말루꾸 군도(Maluku Islands)입니다.
꽃봉오리는 꽃이 피기 직전에 손으로 직접 따거나대나무 가지로 내리쳐서 따는데 처음엔 녹색이거나 약간 분홍빛을 띠
고 있습니다. 햇볕에 또는 불을지펴서 말리면 검은 갈색으로 변합니다. 말린 꽃봉오리의 모양이 못(Nail)과 닮았다고 해
서 정향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영명인 클로브(Clove) 역시 불어의 클루(Clou, 못)에서 유래했습니다. 꽃을 딸 땐 주의
를 요하는데, 일단 봉오리가 벌어지 면 향신료의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정향은 고대부터 대표적인 묘약의 하나였습니다. 고대 이집트, 로마, 중국에서 음식에 향미를 더하 거나, 입 냄새를 없애
고, 방향(芳香)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기원전3세기 후한의‘한관의’라는 책에 정향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궁중
의관리들이 황제를 알현할 때 입 냄새를 없애기 위해 이것을 입에 품었으며, 이것을‘계설향’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정
향은 중세 이슬람 문화권의 상인들을 통해서 지중해 전 지역에 알려진 뒤유럽에는 8세기경에 도입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맛없는 음식에 길들여져 온 유럽인들에게‘향료섬(The Spice Islands)’으로 알려졌던 말루꾸 군도에서 생산된 정향은 실
로 훌륭한 향취와 음식의 맛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더구나 정향은 향취가 좋을 뿐만 아니라 부패방지와 살균력이 굉장히
좋아 탁월한 약재료도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유럽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15세기 초반부터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막대한 이권이 걸린 향료 무역 독점을 위한 서구열강들의 투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정향의 말린 꽃봉오리는 그대로 또는 가루 형태로 사용되고,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특징이라 중
국요리에서는 오향장육에, 서양에서는 디저트나 음료, 고기요리나 피클 소스 만들 때 사용되고 있
습니다. 정향에서 추출한 휘발성 정유(essential oil)의 주성분은‘유제놀(eugenol)’입니다. 정향의 독특한 향과 효능은
이 성분 때문입니다. 의약적으로 마취제, 방향제, 항생제, 살균제, 구충제, 모기퇴취제, 항류마티스제, 구풍제(驅風劑) 등
의사용이 알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치과에서 좋은충치 치료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현미경렌즈 세척제, 치약,
구강청정제, 비누, 향수, 머릿기름의 첨가제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전통 칼인‘크리스(Keris)’의채색과‘일본 도(刀)’의 녹방지제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정향의 원산지인 인도네시아는 최대 수입국이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은 정향을
소비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인도네시아인 들은 담배와 정향가 루를 혼합해‘크레
텍(Kretek)’이라는 정향담 배를 최초로 생산했습니다. 담배를 피울 때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나므로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국내생산량과 수입물량을 합하여 연간 3만톤정도의 정향이 소비되는데 그 중85퍼센트가 담배 제조에 쓰인다고
합니다. 약 7만 명의 노동자가 이것의 생산에 종사할 정도로 크레텍의 수요가 엄청납니다. 크레텍 담배로 소비되는 정향
의 양은전 세계 생산량의 50%라고 합니다.
18세기경 열강의 다툼 속에 해외로 유출된 정향은 열대 각국에서 재배되었고 아프리카 탄자니아
의 잔지바르(Zanzibar)섬은 오늘날 정향의 최대 생산지가 되었습니다. 정향 원산지에서 최대 수입
국으로 전락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위로하듯 인도네시아인 들은 세계 정향의 절반을 담배연기로 날
려버리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