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좌충우돌 인도네시아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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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인도네시아 표류기(6)”
인도네시아로 발령 받기 전에 자카르타보다 먼저알게 된 곳은 빈탄과 발리였습니다. 빈탄은 싱가 포르에 출장을 가면서 한번씩 가게 되었고, 발리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책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발리와 인도네시아를 연결시켜 생각해 보지 못했었는데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 발리는 10여년전에 조인성이 주먹을입에 넣고 슬프게 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발리에서 생긴일’이라는 드라마의 영향으로 무언가 부자들이나 가는 럭셔리한 여행지라는 인상을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곳에 오기 직전에‘고요테 어글리’라는 영화의 원작자인‘엘리자베스 길버트’의‘eat pray love’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본 게 먼저이긴 했지만요… 발리의 해변이 아니고 주로 우붓이 배경인 이 책 아니 영화의 영향으로 발리의 인상이 조금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발리는 참 특별해 보입니다. 방황의 시작과 종착지입니다. 어느날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사랑과 인생의 균형을배우는 종착지가 발리인 것입니다. 사랑과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곳…이보다 발리를 멋있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어찌보면 최고의 찬사입니다.
지난 주말 발리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에 온지 1년여 만에 벌써 세번째 여행입니다. 인도네시아 사람 들은 평생 한번 가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도 있다는데 말입니다. 갑자기 생뚱맞게도 장인어른 생각이 났습니다. 70세가 다 되어서 제주도를 처음 가셨던 장인어른은‘그 옛날에 신혼여행은 온양온천에 다녀왔다’고 하셨습니다. 장인어른도 평생에한번 제주도를 다녀오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높은 파도와 푸른 하늘, 시골풍경과 예술의 혼이공존하는 그곳은 갈 때 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 습니다. 런던에 간 친구는 물가가 비싼 그곳에서즐길 수 있는 것이 서서보는 뮤지컬과 천원짜리 기네스생맥주라고 이야기 합니다. 뉴욕에 주재원으로 있는 친구는 주말에 연미복을 그럴듯하게 차 려입고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레스토랑에서브런치를 먹거나, 출근길에 배를 타고 선상에서 베 이글과 스타벅스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 자카르타에선 무엇일까요? 제 경우에는 반바지 를 입고 온 가족이 즐기는 골프게임과 꿈의 휴양지발리를 국내선을 타고 가는 것일 것입니다.
스르륵 비행기가 산뜻하게 공항에 내리면서 발리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발리는 파도가 아름다운 섬입니다. 호주의 몇몇 청년들은 사면이 바다인 나라의 사람답게 ‘인생의 목표가 좋은 파도를 만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처럼 평생 이해하지 못할 말입니다.^^) 꾸따해변의 높은 파도는 이런 젊은이를 끌어모으기에 충분하며 이들로 인해 시내 뒷골목의 음악까페들은 밤새는 줄 모르고 성업중입니다.
하지만, 발리는 이것외에도 많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발리에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했던 것은 레프 팅입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못하였는데, 여기 와서는 여러 번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여행사를 끼면 한번에 2~3만원정도에 할 수 있는데요, 1시간 반 정도 때로는 유유자적하며, 때로는 급한 물살에 한 두명 물에 빠지기도 하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노를 저으며 제법 그럴듯한 기암절벽과 반얀트리나무 같은 열대림을즐기고, 하류 정착장에서 야외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 레프팅의 백미는 중간중간에 만나는낯선 여행객들과 펼치는 물싸움에 있습니다. 현지 키잡이들이 부추기는 면이 없지 않지만, 한번 물을 뒤집어쓰게 되면,그 다음부터는 모두들 전력을 다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음날 팔이 시큰거려서 이삼일 고생을 하여야 하지만요…
그 다음 일정은 우붓지역에 많이 몰려있는 화랑을찾아 보는 것이었습니다. 꼭 사야하는 것도 아니고, 화가부부로 보이는 주인들도 반드시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무심해(?) 보입니다. 인도네 시아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고들 이야기하는데요, 계단식 논에서 추수하는 농부들 뒤로 해가지는 모습을 그려놓은 그림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게합니다. 혹시라도 그림을 사고 싶은 마음이 동하면 일단 흥정에 들어가야 합니다. 흥정은 붙여놓은 가격의 십분의 일 정도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마지막은 역시 발리에서 맛보는 발리산 돼지고기입니다. 두툼하게 썰어놓은 삽겹살은 쫄깃쫄깃하 게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자카르타에서 온 우리들이나 모르긴 해도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도 여행 마지막날에 공항가는길에 먹게되는 삽겹살 맛은 깊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아쉬움과 추억을 뒤로하고 자카르타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여기 있는 동안 서너번은 더 발리로 끔~발리(kembali)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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