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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도 하며 놀아 준다. 그렇게 노는 모습이 우리 부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 기도 하고 그 소녀는 이미 결혼하여 애가 하 나 있다고 했고 그녀의 남편은 자카르타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온다고 했다. 옛날이나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인도네시아 여성의 조혼 풍습이다. 도회지의 교 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예외일 수 있을 지라도 시골 지역의 대다수 여성은 조혼을 통하여 가 난과 외로움을 쉽게 해결하려는 풍습이 남아 있다. 이러한 풍습은 남편의 준비되지 않은 생활 능력과 연계되어 가정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인뉴스 2024년 2월호 I 37 외세의 침략으로 오랜 식민지 생활에 젖어 무능과 부패가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존재하고 신중하지 못한 결혼 풍습으로 인하여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조산으로 일찍 늙거나 병들고 가난 을 대물림하는 사회 모순이 여전히 존재한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어느 나라건 흔 한 일이다. 인도네시아의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는 이혼이라는 법적 절차를 오히려 성가시게 보 는 경향이 비일비재하다. 그냥 살기 힘들면 남편이 어디로 사라지든가 돈 벌러 간다고 나가서 아예 연락을 끊은 일이 허다하다. 우리 회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아버지 없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를 개최한다. 아짜라 반뚜안 끄 아낙 야띰 (acara bantuan ke anak yatim) 그날은 여러 지역에서 아이들이 참여하는데 한꺼번에 100여 명의 아이가 몰려온다. 물론 지 역 촌장이 추천하는 극빈자들이다. 회사에서는 준비된 물품과 음식을 나누어 주고 미취학 아동 을 선별하여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비용을 주선하는 행사이다.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여성 들은 친척들이나 자선 단체의 도움을 받아 가며 근근이 살아간다. 세계 이슬람 국가 중 인구수가 제일 많은 국가로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종교로 인한 탄압 또한 적지 않다. 불편하고 답답한 히잡 사용은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그날부터 자기를 도와주기로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손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일을 하 게 될 것이고 냥이와 권투 도 하고 두 배의 수입을 올리겠다고 엄지 두 개를 올리고 흔들었다. 정원사도 즐거운 듯 싱글벙글했다. 내일 베란다 꽃나무 정리 부탁하고 다시 달렸다. 퇴근길 등 다양하다. 심지어 한 나무에서 여러 종류의 서 로 다른 색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종이꽃에서 내뿜는 향기 따위는 애당초 기대할 것이 못 된다. 그뿐인가 종이꽃은 생김새부터가 꽃다운 꽃이기를 거부한다. 꽃의 모양새는 색종이를 꾸깃 꾸깃 뭉쳐서 던져 놓은 듯하고 꽃의 상징인 어여쁜 봉우리도 없고 은밀한 곳에 숨겨 놓았을법 한 꿀샘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환경은 기후 여하에 따라 인간의 피부색을 검게 혹은 하얗게 하듯이 꽃의 향기 역시 가혹 한 기후의 영향에 취약하다. 온대지방의 적당한 온도와 음지에서 자라는 청초한 꽃들은 대다수 가 잎이 여리고 아름다운 향기를 지니지만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꽃들은 대개는 향기를 품지 않는다. 그 화려함에도 오죽하면 벌과 나비조차 거들떠보지 않을까? 생명체는 천박하고 모진 환경에서 견디는 놈이 더욱 강건하다고 한다. 적도의 작열하는 태양 은 어떤 연한 꽃잎도 태워버리고 말 것이다. 그 불볕 속에서도 꿈적 않고 강인한 자생력으로 진 화한 종이꽃을 보노라면 척박한 환경에도 주눅 들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여인들 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하다. 어느 날 회사에서 근로자 중에 유난히 앳된 소녀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녀의 피부는 까무 잡잡하고 나름 입술에 연한 립스틱을 바른 모습이었다. “너 몇 살이니?” “열여섯 살요!” 아직 노동해서는 안 되는 나이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떠나고 싶을 때 꽃길 따라 떠났다고 한다. 그는 위대한 마지막을 보여주 고 떠난 사람이고 떠나던 날도 벽과 계단에 기 대어 꽃길로 들었다. 미생의 바둑돌 한인뉴스 2024년 6월호 I 41 가끔 우리 집 베란다 꽃나무들 손질해 달라고 정원사를 불렀다. 우리 식구들과 보다 베란다 꽃 나무들과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곳에 서면 그는 의사가 되어 꽃과 나무들과 긴 상담을 이어 간다. 베란다 귀퉁이 야윈 파파야 나무가 힘들어한단다. 올망졸망 달고 있는 열매들이 귀여워도 너 무 많아 허리가 휜단다. 자주색 호접란에는 자주색이 전보다 더 옅어졌다고 희망을 주고 떠날 공간은 어떠냐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꿀은 없어도 향기가 있는 꽃이 되고 싶다던 정원사가 떠났다. 정원사는 자신을 꽃나무 의사라고 했고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정원사는 떠났다. 마을 지도자 우스닷은 말했다. 정 원사는 이 세상 끝에 꽃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많은 불평들을 잠재우려 했다. 싸우고 그리워했던 두 친구가 유리 온실 근 처에 나란히 잠들게 되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내가 새벽 달리기 출발하는 장소였고 맑은 하늘에 바람이 비를 배달하고 갔다. 여우 시집가는 날이다. 오전 일 마친 정원사가 비상계단에서 떠났단다. 어째 슬픈 듯하면서도 슬프지 않고 분홍 아파트 뒤편에 유리 온실을 꽃나무 병원이라고 했 다. 우리는 그의 과거를 알 수 없었다. 그저 꽃나무 의사라고 했다. 그렇다고 의사가 되고 싶 어 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근무도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문화적 압박을 감수해야 하고 일부다처제를 허용하여 여러 명의 부인이 한 남자에게 종속되는 사례도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여권이나 결혼관에 대한 사회적 변화 를 크게 요구하지 않고 묵묵히 여성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을 지키며 밝게 살아간다. 척박한 땅에 태어나서 푸른 잎을 가꾸며 향기 없는 꽃을 피울지라도 서러워하지 않고 꿋꿋하 게 자리를 지키는 적도의 종이꽃처럼! 어두운 듯 하면서도 어둡지는 않은 묘한 분위기다. 마을 지도자 우스닷이 말했다. 오래전 꽃길 열쇠를 받 은 정원사에게 떠날 시간이 어떻고 어떻게 보면 정원사 스스로가 그것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원사와 요크 셔테리어 강아지 발바리는 서로 멀리 물러서며 경계를 하는 사이였다. 발바리가 자연 수명을 다하고 떠났다. 정원사는 발바리에게 옷을 입히고 입관해서 유리 온실 뒤에 묻어주었다.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던 발바리에게 이슬람식 기도까지 올려 주었다. 얼마 후 냥이도 떠났고 오래전에 꽃길을 들어설 수 있는 열쇠 를 받은 사람이었고 우리는 아직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생의 바둑돌들이다. 자 주색이 옅어질수록 심장 속에 꾹꾹 가두어 온 멍들이 조금씩 줄어든다고 했다. 이제 자주색이 옅어지는 만큼 행복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뭔 수다를 그렇게 떠느냐는 내 표정에 답을 준다. 자신에게 수다는 삶의 향기라고 했다. 자신은 꿀은 없어도 향 기가 있는 나무 의사로 살다 가고 싶다고 했다. 내 집에는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발바리와 고양이 냥이가 있었다. 이 둘은 각각 다른 날 서울 에서 자카르타로 왔다. 정원사가 오면 고양이 냥이는 어느새 문 앞으로 달려오고 점심 후 휴식은 꼭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했다. 무슨 말이든 들어 주는 계단과 벽이 있어 그랬을 것이라고 마 을 지도자 우스닷이 말한다. 그래 그 계단에는 비상시가 아니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이 다. 휴식 시간을 누구의 방해 없이 혼자 즐길 수 있는 곳이었고 정원사가 출근 전 세차일 부업 하는 장소였다. 달리다 보면 ‘좋은 아침’ 소리가 들려 온다. 화답 인사를 하고 난 후에야 달 리기 속도를 낸다. 어느 날 ‘좋은 아침’ 인사가 좋은 평상시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돌아보 니 정원사가 물통을 들고 통로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뒤로 사십 대 초반 여인이 걸레를 든 채 따라오고 있었다. 정원사가 미소 지으며 뒤에 서 있는 여인을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소개했고 정원사는 꽃길로 가게 될 것이니 두려워 말라며 옷을 입혀주었다. 정원사는 냥이를 친구였던 발바리 옆에 묻어주었다. 의지와 달리 천만리 이역 땅에 와서 살다 묻히게 된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해 주었다. 내 눈길이 멀리 신사동 언덕 위 아파트에 가 있 다. 어쩔 수 없었단다. 내가 미안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싫다. 이 말로 전제로 많은 양 해를 구하려 했고 종이꽃 (부겐빌레아) 열대 지방인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피고 또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종이꽃이다. 그뿐만 아니 라 도로변과 공원에서 혹은 가정에서 제일 많이 심고 사랑받는 귀한 식물이다. 다년생인 종이 꽃은 반 덤불형으로 키가 1미터에서 2미터 이상 자라며 풍성한 잎과 화려한 색상을 자랑한다. 특히 생존성이 매우 강하여 장소와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일 년 내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가 하면 색상 또한 빨강 퇴근도 유리 온실에서 했지만 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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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땅동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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