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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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도 하며 놀아 준다. 그렇게 노는 모습이 우리 부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 기도 하고 그날부터 자기를 도와주기로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손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일을 하 게 될 것이고 끄망 냥이와 권투 도 하고 두 배의 수입을 올리겠다고 엄지 두 개를 올리고 흔들었다. 정원사도 즐거운 듯 싱글벙글했다. 내일 베란다 꽃나무 정리 부탁하고 다시 달렸다. 퇴근길 떠나고 싶을 때 꽃길 따라 떠났다고 한다. 그는 위대한 마지막을 보여주 고 떠난 사람이고 떠나던 날도 벽과 계단에 기 대어 꽃길로 들었다. 미생의 바둑돌 한인뉴스 2024년 6월호 I 41 가끔 우리 집 베란다 꽃나무들 손질해 달라고 정원사를 불렀다. 우리 식구들과 보다 베란다 꽃 나무들과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곳에 서면 그는 의사가 되어 꽃과 나무들과 긴 상담을 이어 간다. 베란다 귀퉁이 야윈 파파야 나무가 힘들어한단다. 올망졸망 달고 있는 열매들이 귀여워도 너 무 많아 허리가 휜단다. 자주색 호접란에는 자주색이 전보다 더 옅어졌다고 희망을 주고 떠날 공간은 어떠냐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꿀은 없어도 향기가 있는 꽃이 되고 싶다던 정원사가 떠났다. 정원사는 자신을 꽃나무 의사라고 했고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정원사는 떠났다. 마을 지도자 우스닷은 말했다. 정 원사는 이 세상 끝에 꽃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많은 불평들을 잠재우려 했다. 싸우고 그리워했던 두 친구가 유리 온실 근 처에 나란히 잠들게 되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내가 새벽 달리기 출발하는 장소였고 맑은 하늘에 바람이 비를 배달하고 갔다. 여우 시집가는 날이다. 오전 일 마친 정원사가 비상계단에서 떠났단다. 어째 슬픈 듯하면서도 슬프지 않고 문화원 아파트 뒤편에 유리 온실을 꽃나무 병원이라고 했 다. 우리는 그의 과거를 알 수 없었다. 그저 꽃나무 의사라고 했다. 그렇다고 의사가 되고 싶 어 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근무도 어두운 듯 하면서도 어둡지는 않은 묘한 분위기다. 마을 지도자 우스닷이 말했다. 오래전 꽃길 열쇠를 받 은 정원사에게 떠날 시간이 어떻고 어떻게 보면 정원사 스스로가 그것을 즐기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원사와 요크 셔테리어 강아지 발바리는 서로 멀리 물러서며 경계를 하는 사이였다. 발바리가 자연 수명을 다하고 떠났다. 정원사는 발바리에게 옷을 입히고 입관해서 유리 온실 뒤에 묻어주었다.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던 발바리에게 이슬람식 기도까지 올려 주었다. 얼마 후 냥이도 떠났고 오래전에 꽃길을 들어설 수 있는 열쇠 를 받은 사람이었고 우리는 아직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생의 바둑돌들이다. 자 주색이 옅어질수록 심장 속에 꾹꾹 가두어 온 멍들이 조금씩 줄어든다고 했다. 이제 자주색이 옅어지는 만큼 행복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뭔 수다를 그렇게 떠느냐는 내 표정에 답을 준다. 자신에게 수다는 삶의 향기라고 했다. 자신은 꿀은 없어도 향 기가 있는 나무 의사로 살다 가고 싶다고 했다. 내 집에는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발바리와 고양이 냥이가 있었다. 이 둘은 각각 다른 날 서울 에서 자카르타로 왔다. 정원사가 오면 고양이 냥이는 어느새 문 앞으로 달려오고 자카르타 점심 후 휴식은 꼭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했다. 무슨 말이든 들어 주는 계단과 벽이 있어 그랬을 것이라고 마 을 지도자 우스닷이 말한다. 그래 그 계단에는 비상시가 아니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이 다. 휴식 시간을 누구의 방해 없이 혼자 즐길 수 있는 곳이었고 정원사가 출근 전 세차일 부업 하는 장소였다. 달리다 보면 ‘좋은 아침’ 소리가 들려 온다. 화답 인사를 하고 난 후에야 달 리기 속도를 낸다. 어느 날 ‘좋은 아침’ 인사가 좋은 평상시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돌아보 니 정원사가 물통을 들고 통로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뒤로 사십 대 초반 여인이 걸레를 든 채 따라오고 있었다. 정원사가 미소 지으며 뒤에 서 있는 여인을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소개했고 정원사는 꽃길로 가게 될 것이니 두려워 말라며 옷을 입혀주었다. 정원사는 냥이를 친구였던 발바리 옆에 묻어주었다. 의지와 달리 천만리 이역 땅에 와서 살다 묻히게 된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해 주었다. 내 눈길이 멀리 신사동 언덕 위 아파트에 가 있 다. 어쩔 수 없었단다. 내가 미안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싫다. 이 말로 전제로 많은 양 해를 구하려 했고 퇴근도 유리 온실에서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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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라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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